小樂府(소악부)
고려 속요, 민요, 시조 등을 칠언 절구의 한시로 옮긴 것
기 浣沙溪上傍垂楊,
- 완사계(浣沙溪) 가에서〔上〕 수양버들〔垂楊〕 곁에 있는데〔傍〕,
- 浣 빨다(완) / 沙 모래(사) / 溪 시내(계) / 上 윗(상) / 傍 곁(방) / 垂 드리울(수) / 楊 버들(양)
승 執手論心白馬郞.
- 백마(白馬) 탄 낭군〔郞〕과 손〔手〕 잡고 〔執〕 마음〔心〕을 논하였네〔論〕.
- 執 잡을(집) / 手 손(수) / 論 논할 (론) / 心 마음(심) / 白 희다(백) / 馬 말(마) / 郞 사내(랑)
전 縱有連簷三月雨,
- 비록〔縱〕 처마〔簷〕 끝에 연이어〔連〕 삼월(三月)의 비가 내림〔雨〕이 있더 라도〔有〕,
- 縱 비록(종) / 有 있을(유) / 連 이을(련) / 簷 처마(첨) / 三 석(삼) / 月 달(월) / 雨 비(우)
결 指頭何忍洗餘香?
- 손가락〔指〕 끝〔頭〕에 남은〔餘〕 향기 〔香〕를 어찌〔何〕 차마〔忍〕 씻을까〔洗〕?
- 指 손가락(지) / 頭 머리(두) / 何 어찌(하) / 忍 참을(인) / 洗 씻을(세) / 餘 남을(여) / 香 향기(향)
*완사계(浣沙溪) : 춘추 시대 월나라 미녀 서시가 빨래했다는 곳
고려가요 제위보 : 부인이 죄 때문에 제위보에서 도역을 하다가, 그 손을 남에게 잡혀 치욕을 씻을 길이 없음을 한스럽게 여겨, 이 노래를 지어 스스로 원망하였다.
시상 전개
[기] 봄날 빨래 터 배경을 서술함. [승] 빨래터에서 님과 만나 사랑의 마음을 교류함. [전,결] 비록 비가 오더라도 손 끝에 남은 님의 향기가 씻기지 않고 여향이 남아 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함.
감상
손끝에 남아 있는 이 향기를 어찌 씻어 내리오(濟危寶)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1287~1367)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빨래터 있는 시냇가 수양버들 밑에서 / 내 손 잡고 노닥였던 백마 탄 도련님이 있었다네 // 석 달 동안이나 연달아서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고 한들 / 손끝에 남아 있는 이 향기를 어찌 씻어 내리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백성을 위한 구호 및 의료 기관]으로 번역된다. 제위보濟危寶는 구호와 의료를 담당하는 상설기관이었다. 그런데 이제현의 한역시는 그 반대다. 즉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한역시와 노래 해설이 서로 어긋나는 것은 [고려사]를 편찬한 조선 초기 유학자들이 유가적 이념에 맞게 고의적으로 왜곡한 해설이든지, 아니면 원래 해설과 일치하는 노래를 시인 자신의 의도에 맞추어 번안하였든가 둘 중의 하나겠다. 시인은 여인심에 의한 시상 주머니를 털어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본다. 빨래터 시냇가 수양버들 밑에서 내 손을 꼭 잡고 노닥였던 백마를 탄 도령을 생각해 낸다. 과거 회상적인 아련한 추억일 것이다. 화자는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아련한 추억의 한토막 있다면 가볍게 잡아주었던 손목의 따스함이었으리라. 석 달 동안이나 연달아 비가 내려 모든 것은 다 앗아갔다고 하더라도 손끝에 남은 향기 도무지 씻어 낼 수 없다는 여심을 담아냈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손끝에 남아있는 짜릿한 도령의 향기만큼은 잊을 수 없다는 포근함의 여운을 진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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