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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문

심문과 신문의 차이는?

by 학이시습지불역열호 2022. 6. 30.

한자어로 이루어진 법률용어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법률용어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과 경찰서는 멀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 비슷한 경우라도 경찰서, 법원, 검찰 별로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면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이 중에 대표적인 말로 '심문'과 '신문'이 있다. 이는 모두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조사하는 것과 관련된 단어이다. 

 

신문 訊問

심문과 신문의 가장 큰 차이는 죄가 있다고 가정하는지 여부이다. 신문의 국어사전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물음.
  • 법원이나 기타 국가 기관이 어떤 사건에 관하여 증인, 당사자, 피고인 등에게 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

이라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빵을 훔친 범인의 경우 잡아 올 때부터 죄가 있다는 혐의를 두고 왜 훔쳤는지 어떻게 훔쳤는지 물어본다면 이는 신문(訊問)에 해당한다. 

  • "봉학이는 수문(守門)하는 관원으로 궐문 밖에서 대신 댁 계집 하인을 붙들고 희롱하였다고 신문을 받았다." 출처 <<홍명희, 임꺽정>>

위 예시문에서 봉학이는 이미 여인을 희롱하였다고 하는 사실을 가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죄를 추궁받고 있다. 

 

심문 審問

심문(審問)이란 국어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자세히 따져서 물음.
  • 명사법률 법원이 당사자나 그 밖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개별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주는 .

심문은 사실을 들추어내기 위한 질문으로 누군가를 죄인이라고 단정하지 않으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기 위한 질문이다. 

  • 그러나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네” 하고 대답할밖에 없는, 사건의 표피를 건드리는 데 불과한 판사의 심문이 한 사람 앞에 두 번 내지 세 번씩이나 돌아갔을까. <<박완서, 조그만 체험기>>

어떤 사실을 알기 위해 선입견 없이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는 판사는 심문을 한다. 판사가 재판을 하기도 전에 죄가 있다고 판단하며 신문을 하면 말이 안 된다. 판사는 '신문'이 아닌 '심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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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검찰 단계는 신문

신문과 심문을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신문을 경찰이나 검찰 단계 용어로, 심문을 법원 단계 용어로 생각하는 것이다. 죄가 있는지 붇는 것이 먼저이고 정말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단하는 것이 나중이다. 경찰과 검사가 붇는 것은 '신문'이고 판사가 살피는 것은 '신문'이다. 

  • 訊 물을 (신) 
  • 審 살필 (심)
  • 問 물을 (문)

법원에서는 심문

법원에서 진실을 가리는 것을 심리(審理)라고 한다. '신리訊理'가 아니고 심리審理인 것이다. 審(살필 심)은 법원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주로 사용되는 한자이다. 판가가 하는 역할은 검사가 제출한 유죄 증거와 변호사가 제출한 무죄 증거를 놓고 어떤 것이 사실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반대로 경찰이나 검사가 하는 행동은 訊(물을 신)과 관련 있다. 피의자이든 범인이든 또는 증인이든 유죄 증거를 찾아가는 첫 단계를 역시 질문이고, 이런 질문을 수사 과정에서 행동으로 옮겨가는 사람도 경찰, 검찰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찰과 검찰이 누군가에게 질문을 한다고 해도 죄를 가정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신문'이 아니라 '심문'이다. 따라서 정작 죄와는 상관이 없더라도 그 죄를 밝혀내는 데 필요한 증인이나, 유력한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죄를 단정할 수 없으면 '심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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