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노천카페, 노점상의 '노'자는 한자로 路(길로) 자를 쓰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노숙자를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노천카페, 노점상 등이 길거리에 있기 때문에 언뜻 생각하면 路(길로) 자를 사용할 것 만 같다. 그러나 여기서 쓰이는 '노'는 '이슬 로(露)'이다.
露 이슬 로
'露'라는 글자는 '이슬 로'로 알려져 있다. 자전 또는 옥편을 찾아보면 '이슬'이란 의미가 대표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이 글자에는 '드러나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노출(露出)이라는 단어는 '나타나다'라는 의미로 쓰인 단어이다. 실내가 아닌 밖은 지붕이나 담에 가려지지 않고 밖에 드러나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에서 적합단 한자 단어가 '드러나다', '나타나다'라는 뜻을 가진 露이다.
路宿者? 露宿者!
노숙자(露宿者)는 길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아닌 사방이 드러나 있는 밖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다. 노숙자의 노가 路(길 로)이면 꼭 길에서만 잠을 자야 노숙자가 되는데 노숙자는 길 뿐 아니라 길이 아닌 밖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많기에 路宿者(노숙자)가 아니라 露宿者(노숙자)가 더 적합한 표현이다.
노천카페나 노점상도 마찬가지이다. 노천도 한자로 쓰면 露天(노천)이다. 노천은 길(路)에 있는 뜻이 아닌 지붕이 없어 하늘이 드러나 보이(露)는 카페이다. 노점상은 매출과 판촉에 유리한 길에 있긴 하지만 정식 건물 안에 있는 상점이 아닌 임시 좌판에서 장사를 하기에 '드러날 로(露)'로 표기한다. 路店商(노점상)이 아닌 露店商(노점상)이 맞는 표현이다.
노변담화 路? No! 爐
또한 '길 로(路)' 자로 오해하기 쉬운 단어가 있다. 노변정담 또는 노변한담으로도 표현되는 노변담화이다. 노변담화는 路(길 로)가 아닌 爐(화로 로)를 쓴다. 노변담화는 미국 역사에서 유래한 성어이다.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 루즈벨트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32대 미국 대통령으로 장애가 있는 몸으로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연속 대통령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1930년대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극심한 경제공황에 시달리던 시기였는데 이때 미국을 구한 대통령이다. 그는 여론정치에 매우 능숙하였다. 대표적으로 당시 주요 미디어의 하나인 라디오를 정치에 이용하였다.
루즈벨트는 1933년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의 주요 정견발표나 입장을 설명하였는데 편안하고 다정다감한 음성으로 미국 국민의 귀를 사로잡았다. 루즈벨트가 벽난로에서 가족과 이야기하듯 자기의 이야기를 늘어놓던 프로그램 이름이 <the fireside chat>이었고 이를 한자로 번역한 것이 노변담화(爐邊談話)이다. 화롯가를 의미하는 fireside를 爐(화로 로)와 邊(가 변)을 써서 爐邊(노변)이라 번역하고 chat을 담화(談話)로 번역했다.
이때부터 정치인, 대통령, 총리가 라디오를 통화 대화하는 듯한 분위기로 연설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을 '노변담화'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노변담화를 라디오를 통한 일종의 여론 조작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사실 루즈벨트의 라디로 프로그램 기획이 다분히 정치적이었단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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